로망..? 일단 시작해 봐!!
삶의 로망 중 하나는 시골에 살면서 텃밭을 가꾸어 보는 것이다.
지난겨울, 경기도권의 읍내로 이사를 와서 지내게 되었는데 거주하는 곳이 아파트이고, 동네에는 텃밭을 가꿀 곳이 없어 보였다.
추운 겨울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지나고 3월이 왔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텃밭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땅을 임대할 수 있는 곳이 없는지"를 물어보니, 살고 있는 아파트 뒤편 공터에 한 번 해보라고 했다.
"땅 주인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주인은 모르겠고, 먼저 말뚝 박고, 울타리 치는 사람이 임자다"라고 말해주었다.
확실히 시골이라 도시보다 땅에 대한 인심이 좋은 것일까?
어쨌든 그 말이 나에게 용기가 되었고, 아파트 뒤편 공터를 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으나, 이 곳은 당분간 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3월의 어느 날... : 이거 키우기 쉬운 가요?
그리고 4월이 가까워 동네에 있는 농약사를 지나치게 되면서 텃밭 가꾸기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농약사에는 다양한 모종이 나와있었고, 키워 먹을 수 있는 작물들이 저렴한 가격에 나와있었다.
땅에 대해, 작물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내가 사장님께 물어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사장님, 이거 키우기 쉬운 가요?"
어느 농약사의 사장님이라도 초보자의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할 것이다.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처음 구매를 한 것은 대파 5,000원 치와 2종류의 상추 2,000원 치, 치커리 1,000원 치였다.
현재 텃밭으로 사용하고 있는 땅은 약간의 건설폐기물과 쓰레기가 있던 곳이었다.
처음 이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는데, 땅은 돌 밭이었고, 시멘트 물도 제법 굳어 있었다.
마치 이곳이 내 소유인 것 마냥,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 말뚝을 박고 줄을 칠 수는 없었기에 텃밭 틀을 짜서 작물을 심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이소에 가서 모종삽, 호미, 작은 삽을 구매하였다.
텃밭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이유는 건설폐기물로 버려진 파렛트가 몇 개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파렛트의 나무를 분리했다. 나무를 분리하는 과정에 조각이 부서지기도 하였다.
망치가 없어 집에 있는 몽키스페너로 망치를 대신했고, 못도 파렛트에 있던 녹슨 못을 사용하여 대충 텃밭틀을 만들었다.
4.1(월): 텃밭의 시작
있는 파렛트 조각으로 이렇게 3개의 틀을 만들었는데, 위에 보이는 정사각형의 틀은 (아내의 의견에 따라)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아 빼내고 다시 만들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종의 크기가 작으니 나중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렇게 빽빽하게 심었다.
좀 나눠 심고 싶어도, 텃밭틀이 2개뿐이라 더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이곳이 기존에 밭을 하던 곳도 아니고, 돌도 너무 많아 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상토를 사서 뿌려놓았다.
4.8(월)
며칠 뒤에는 고수와 로메인도 사서 심었다.
그리고 텃밭틀을 추가로 더 만들었다. 파렛트 조각의 크기가 일정하다 보니 틀을 만드는 것은 수월했다.
단지 새 못과 망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가로 양상추와 버터헤드를 구매하였고, 촘촘히 심겨있던 파들을 옮겨 심었다.
4.11(목)
작물들은 무사히(?) 잘 자라나고 있다.
4.13(토)
뒤쪽으로 텃밭틀을 하나 더 만들게 되었다. 아들과 함께 틀이 들어갈만한 사이즈로 땅을 파고 돌을 골라냈다. 며칠 전 망치와 톱을 구매하였는데, 확실히 틀을 만드는 것이 수월해졌다.
이때쯤이었다. 작물들이 잘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좀 더 넓게 옮겨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4.21(주일)
옮겨 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
4번째 틀에 치커리를 옮겨 심었다.
참, 이때쯤 처음으로 작물을 수확하여 먹어보았다.
가장 처음 수확을 한 것은 고수이다.
다른 쌈야채는 아직 크기가 작아 먹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고수는 그렇지 않았다.
자라기도 잘 자랐고, 고수의 향이 너무 좋았다.
4.22(월): 부엽토를 뿌리세요.
4월 중순이 지나고는 농약사에 토마토, 파프리카, 가지, 고추 등의 모종이 나와있었다. 그래서 방울토마토와 가지를 구매하였다.
텃밭을 하면서 땅에 대한 확신이 없어, 텃밭틀을 만들 때마다 상토를 한 포대씩 사서 넣어주었다.
그러던 중 한 귀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은 아파트 경비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젊은 사람이 텃밭을 너무 예쁘게 가꾼다면서, 농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셨다.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텃밭 가꾸기가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알려주신 것은 "부엽토를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부엽토는 낙엽이 쌓여 썩은 자리의 흙을 말한다.
텃밭 뒤편에 있는 산에 부엽토를 퍼다가 밭에 뿌려주면, 비료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고, 낙엽 등이 흙 위에 쌓여 땅의 물기가 마르지 않게 도와준다고 하셨다. 이후로 나는 산에 있는 부엽토를 열심히 퍼다가 날랐다.
그리고 4번째로 만든 틀에 방울토마토와 가지를 심고, 적상추를 옮겨 심었다.
작물을 심을 때는 모종이 들어갈 구멍을 판 뒤 물을 부어주고, 모종을 심는다.
그리고 1~2일 정도는 물을 주지 않는다. 물을 계속해서 주게 되면 작물이 물먹는 것을 쉽게 생각하여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긴장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물을 주지 않는 것이다.
4.23(화)
벌써 5번째 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고추와 깻잎을 사서 심어주었다.
4.24(수)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옮겨 심기한 식물들은 처음에는 시들시들했는데, 2~3일 뿌리가 자리를 잡고는 다시 튼튼하게 자란다.
학교를 마친 아들이 함께 텃밭을 가꾼다.
이 날도 고수를 수확하였다.
4.30(화)
4월의 마지막 날이다. 5번째 틀의 빈자리가 자꾸만 눈에 거슬리다.
그래서 농약사를 가서 오이와 쑥갓을 사 왔다.
이렇게 빈자리를 채우니 뭔가 마음이 뿌듯하다.
(5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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